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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바다 누비던 선장, 산마늘로 인생 2막 열다!

경기 양평군 ‘모비딕팜’

 

 잎에서 마늘 향이 나는 산마늘은 과거 울릉도에서 먹을 것이 부족한 춘궁기에 유용한 식량이 되어 ‘명이나물’로도 불린다. 장아찌로 만들어 고기와 함께 먹는데, 섬유질이 많아 육류와 궁합이 좋다. 울릉도 등 서늘한 고산지대 그늘이 지는 곳에 자생하는데, 경기도 양평 ‘모비딕팜’ 최낙전(71) 대표는 약 5,000평에 심어 자연 그대로 재배하고 있다. 세계 곳곳의 바다를 누비던 선장에서 농부로 인생 2막을 연 최 대표는 산마늘, 눈개승마, 대추, 미니 사과, 각종 산야초 등 600여 종 식물과 양봉을 하면서 판매, 체험, 팜파티 등에 활용하고 있다.

 

 

바다 누비던 선장, 산과 밭에 닻을 내려 산마늘 재배

 

 17년간 바다를 누비던 최낙전 선장은 가족과 함께하고픈 마음에 오랜 바다 생활을 접고 1995년에 경기도 양평에 터를 잡고 산마늘을 심었다. 농장 이름인 ‘모비딕팜’은 아주 큰 고래라는 ‘모비딕(Moby Dick)’에서 따왔다.

 

 "부산에서 수산대학교를 나와 외국계 선박 등에서 선장을 17년간 했어요. 아프리카에서 중남미, 남태평양까지 누비던 경험을 ‘모비딕팜’에 담았어요. 약 1만 평 정도에 600여 식물체가 있는데, 제가 선장 역할을 하면서 체험객들이 식물 나라를 세계 일주하는 셈이죠(웃음)."

 

 최 대표는 바다에서 파도에 거스르지 않고 흐름을 탔듯이 농사에서도 약제나 거름 등을 투입 없이 자연의 순리를 그대로 따르는데, 과수에만 PLS(농약 허용기준 강화제도)에 맞춰 약제를 살포하고 있다. 현재 산마늘, 눈개승마, 대추, 미니 사과, 각종 산야초 등 600여 종 식물도 심고, 양봉도 하면서 판매, 체험, 팜파티 등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산마늘 5,000평, 눈개승마 500평, 미니 사과 2,000평, 비가림 대추 1,000평, 양봉 100군 등에서 건강한 먹을거리 생산과 더불어 친환경 농장 체험으로 도시민에게 건강과 행복을 제공하고 있다.

 

 가족들과 함께 운영하는 양평군 지정 산채 웰빙 모범음식점인 ‘산마늘밥’에서는 농장에서 수확한 싱싱한 농작물로 요리하여 판매하고 있다. 산마늘밥 정식, 삼나물회 등이 주요 메뉴이며, 방문객들에게 뒷산에서 재배한 싱싱한 농작물을 식탁에 올리고 있다.

 

 "저는 산마늘 등 각종 농작물을 포함하여 총 600여 식물을 재배하는 복합 영농인데, 농작물을 되도록 자연 상태로 두는 농법을 실천해요. 봄에는 산마늘과 눈개승마, 두릅이 나오고, 여름에는 베리 종류가, 가을에는 생배추, 밤, 미니 사과를 수확하고, 양봉도 하고 있어요. 다양한 밀원이 있어서 벌들이 농사를 돕고 있죠. 행복한 개인 정원이자 모두를 위한 식물원이에요."

 

 

그늘 만들어 온도 유지하면서 한 촉당 한 잎씩 수확

 

 최 대표와 산마늘의 인연은 울릉도에서 시작됐다. 선장 생활을 접고 양평에 터를 잡은 뒤 후배가 살던 울릉도에 갔다가 후배 아버지가 키우던 산마늘에 반했다. 바로 씨 뿌리를 육지로 가져와 심기 시작했고, 현재는 산등성이 5,000평을 빼곡하게 산마늘이 뒤덮고 있다. 최 대표는 자연이 산마늘을 키울 수 있게끔 중간중간에 각종 나무를 심고, 잡초들도 자라도록 두면서 산마늘이 생육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고 있다.

 

 "산마늘은 자연 그대로 키운다고 보면 돼요. 봄 되면 순이 올라오고, 여름 되면 잡초나 나무 그늘에 들어가고, 나중에 나무에서 낙엽이 질 때 아래쪽 잡초도 베어내 그대로 두면 그걸 거름으로 이용해 자라거든요. 전 산마늘이 굽어지지 않게 하면서 수확하기 편하게끔 다닐 길 정도만 내고 있죠."

 

 씨뿌리 상태의 산마늘을 심으면 3~4년이 지나야 수확할 수 있다. 한 촉에서 두 개의 잎이 나오는데, 최 대표는 잎 하나만 수확하고 나머지는 그대로 두어 광합성을 통해 뿌리에 양분을 저장, 이듬해에 다시 자라게끔 한다. 이는 자생 상태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온도는 25℃ 미만이 좋은데, 중간중간에 나무를 심고 잡초를 베지 않음으로써 더울 때 그늘을 만들어준다. 생육에 필요한 물도 자연 강우에 맡기고 있다.

 

 "산마늘 수확은 연간 한 번, 3월 말부터 4월 20일경까지 이뤄져요. 재배가 쉬운 대신 대량 생산은 힘들죠. 번식력은 아주 좋아서 2년마다 한 촉에서 번식한 씨앗이 바로 옆에서 계속 자라면서 재배지 밀도가 아주 높아요. 다만 무한하게 번식하진 않고, 한 촉에서 최대 4~5촉까지 늘어나니 일반 가정에서는 적절한 환경만 제공하면 화분에서도 키울 수 있을 거예요."

 

 

 수확한 산마늘은 직거래하거나 로컬푸드로 출하하고, ‘산마늘밥’ 식당에서는 반찬이나 요리에 활용하고 있다. 생잎은 쌈을 싸 먹는 용도로 주로 쓰이는데, 생산량이 많지 않은 데다가 워낙 단골도 많아서 수확량 자체가 금세 소진되곤 한다. 산마늘 생잎은 저장할 수 있는 기간이 보름 정도에 불과한데, 미처 팔지 못한 것들은 장아찌로 만들면 1년 내내 먹을 수 있다.

 

 최 대표는 산마늘과 함께하는 ‘모비딕팜’ 식물나라 세계 일주를 한평생 계속할 생각이다. 도시민에겐 맛좋고 건강에도 좋은 산마늘을, 체험객들에겐 여유와 즐거움까지 제공하는 게 즐거움이기 때문이다. 선장에서 농부로 성공적으로 변신한 그의 항해는 향긋한 봄 내음으로 물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