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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쑥 농사짓고, 비대면 판매하는 방앗간!

충남 예산군 ‘씨앗연구소 방앗간 봄봄’ 장시춘

  쑥은 원자폭탄이 떨어진 일본 히로시마에서 가장 먼저 자라났을 만큼 강한 생명력이 있다. 곰이 쑥을 먹고 웅녀가 됐다는 단군신화에도 등장할 만큼 우리 민족과 가까운 작물이다. 성인병을 예방하며, 여성 자궁을 건강하게 만드는 효능이 있다. 예산군 ‘씨앗연구소 방앗간 봄봄’은 장시춘(57) 대표가 쑥의 강한 생명력과 효능에 반해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곳이다. 직접 쑥을 재배하는 농부이자 방앗간 사장님인 그는 ‘오래된 미래’인 쑥을 통해 지역농업에 활기를 불어넣고, 노년층부터 청년층까지 모두를 사로잡는 제품 개발로 강소농으로 ‘쑥쑥’ 성장하고 있다.

 

  위생에 신경 쓰면서 비대면 판매하는 방앗간

  장시춘 대표는 서울에서 오랫동안 유통업계에 일하다 6년 전 귀촌해 방앗간을 차렸다. 제2의 인생을 위하여 떡을 만드는 기술을 배워 문을 열었다. 지역 텃세에 대응해선 몸에 밴 친절을 무기 삼아 조금씩 고객 마음을 열었다.

  “교통이 좋고, 환경도 괜찮은 예산에 터를 잡고 방앗간을 열었죠. 그런데 방앗간이 만만히 볼 게 아니더라고요. 특히 관계란 게 단순히 주인과 고객이 아니라 오래된 정으로 엮이고, 지역 친목으로도 엮이고 복잡했죠. 타지 사람이라서 초창기에 고생 많이 했죠(웃음).”

  결국엔 방앗간 개선에 나섰다. 과거엔 대부분 낡고 불청결한 환경을 유지했던 터라 특히 젊은 층에서 부정적인 반응이 많았다. 장 대표는 기름 짜는 공간, 떡 만드는 공간 등 구역을 철저히 분리해 위생에 신경 썼다.

  시대적 흐름을 반영해 비대면 판매도 시도했다. 온라인에 익숙한 젊은 층을 공략하고, 공간적 한계를 극복하려는 노력이었다. 예산군농업기술센터에서 제공하는 교육을 통해 현재는 스마트 스토어, SNS 등을 활용해 새로운 판로를 개척하여 더 많은 고객을 만나는 중이다.

  4년 전부턴 쑥 농사에도 도전했다. 방앗간은 3월부터 비수기인데, 쑥떡, 쑥 미숫가루 등 쑥으로 만든 제품이 그 시기에 그나마 팔려 방앗간에서 가장 많이 쓰는 재료 중의 하나였다. 장 대표는 이에 착안해 기존에 쑥을 구매하던 입장에서 벗어나 직접 농부가 되었다.

  “어디서 어떻게 자란지도 모르는 쑥을 구매해 제품을 만들다 보니 믿음이 없었죠. 이럴 바엔 차라리 직접 쑥을 농사짓자고 마음먹었죠.”

  쑥은 다양한 종류가 있는데, 장 대표는 대부분 참쑥을 재배한다. 쑥 종류로는 식용으로 하는 참쑥부터 시작해 주로 약용으로 이용하는 개똥쑥, 인진쑥(사철쑥), 황해쑥 등이 있다. 다만 참쑥 재배에선 국내 영농 사례가 거의 없다시피 했다. 결국에 해결책은 동네 어르신들이었다. 어르신들의 오래된 경험과 지혜 덕분에 초창기 재배에서 방향을 잡을 수 있었다.

  “쑥은 그 자체만으로는 고소득이 어려워요. 우리 산과 들에 지천으로 나다 보니 저처럼 방앗간 하는 사람들이 소량 심는다거나, 다른 작물의 노지재배에서 잡초를 못 나게 할 목적으로 심는 경우가 대다수죠. 가공 등을 통해 부가가치를 형성해야 소득이 되죠.”

 

  직접 농사 지은 참쑥으로 건강 플랫폼에도 도전

  장 대표는 예산군 대술면 노지 300평에서 쑥을 재배하고 있다. 참쑥이 대다수인데, 익모초나 물쑥 등은 장 대표가 심지 않았음에도 자라나고 있어 그 쓰임새를 고민하고 있다. 초창기엔 인근 산과 들의 참쑥을 캐와 밭에 심은 뒤 거기서 씨앗을 받아 재배면적을 넓혔다.

  “쑥은 전국의 길가, 풀밭, 산과 들 등 척박한 환경에서도 이름처럼 쑥쑥 잘 자라요. 단군신화에도 등장할 만큼 우리 민족과 가까운 작물이죠. 특히 곰이 쑥을 먹고 웅녀가 됐다는 건 쑥이 여성 건강과 깊은 관계가 있음을 말해줘요. 자궁의 출혈 및 보혈에 좋고, 자궁을 따뜻하게 만들어 생리통 개선에도 좋거든요. 남녀 모두에겐 노폐물 배출을 돕고, 간 기능 저하를 막으며, 피로감을 해소케 하고, 성인병을 예방하는 효능이 있어요.”

  장 대표는 연간 1회 쑥을 수확하는데, 봄부터 단오 전까지다. 단오를 넘기면 너무 쓴맛이 강해지고, 억세지기 때문이다. 장 대표는 원칙적으로 농약을 쓰진 않으며, 비료는 방앗간에서 참기름 등을 짜고 나면 생기는 깻묵을 활용하고 있다. 관수시설은 따로 없이 자연 강우에 의존하면서 최대한 자연상태로 키우는 편이다.

  수확량은 300평에서 연간 1회에 150~200kg 정도가 나오고 있다. 수확한 쑥은 100% 방앗간에서 자체 소비하고 있다. 쑥버무리부터 시작해 쑥개떡, 쑥가래떡, 쑥꿀떡, 쑥절편, 쑥인절미, 쑥송편 등을 만들고 있고, 쑥 미숫가루도 인기 있는 품목이다. 최근에는 밭에 원래 자라던 호두나무를 비롯해 박하와 모시풀 등도 심어 쑥과 혼합한 기능성 제품 개발에도 활용 가능성을 재고 있다. 앞으로는 소비자 맞춤형 소량생산 품목을 늘리고자 한다.

  충남농업기술원 강소농지원단 가재계, 조희진 전문위원은 “위생적인 공간 및 온라인 활용으로 새로운 고객 및 판로를 확보하고 있다.”라며, “방앗간에 관한 고정관념을 깨면서 소비자를 위한 건강 플랫폼이 되길 기대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