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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값 80킬로에 17만 원대까지 하락!

산지 쌀값 10개월째 내림세… 가마당 4만 원 정도 하락
정부는 9월 초 쌀 수확기 대책 발표

  산지 쌀값이 최근 10개월 새 한 가마당(80킬로그램) 4만 원 정도 떨어져 생계를 위협받는 농민들은 정부에 쌀값 안정을 촉구하며 투쟁에 나섰다. 정부는 9월 초 쌀 수확기 대책을 발표하고 ‘완충 물량’을 도입키로 했다.

  8월 20일 통계청(청장 이형일)에 따르면 산지 쌀값은 8월 15일 기준 20킬로그램당 4만4,435원으로 열흘 전보다 184원(0.4%) 하락했다. 한 가마 가격은 17만7,740원이었다. 산지 쌀값은 지난해 10월 5일 20킬로그램당 5만4,388원, 가마당 21만7,352원에 거래된 이후 10개월 연속 하락했다. 수확기와 비교해 쌀 공급량이 수요량보다 적어지는 시기인 ‘단경기’에 쌀값이 더 내리는 역계절진폭이 발생한 탓이다.

  산지 쌀값이 계속 떨어지자 광주·전남 농민들은 8월 19일 정부에 쌀값 안정을 촉구하며 논을 갈아엎기도 했다. 농민들이 갈아엎은 논은 4월에 심어 8월이면 벼 베기가 시작되는 조생벼로 곧 수확을 앞두고 있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광주전남연맹은 기자회견에서 “정부는 시장격리 20만 톤을 즉각 실시하는 등 대책을 마련해 나락(20킬로그램) 값 8만 원을 보장하라.”라고 말했다. 농민들은 정부의 쌀값 20만 원 보장 약속과 달리 17만 원 선까지 하락한 쌀값과 재고 대란에 생계를 위협받으면서 애써 키운 벼를 포기하며 투쟁에 나섰다고 밝혔다.

  현장에서는 쌀 재고 대란의 주원인으로 수입쌀 물량을 지적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15년 쌀 관세화 개방 이후 해마다 연간 40만8,700톤 고정 물량을 수입하고 있다. 이는 국산 쌀 생산량의 1/10에 해당하는데, 싼 가격에 가공업체와 식당 등으로 공급하고 있다. 쌀 자급률이 92퍼센트인데 수입쌀까지 더해져 과잉을 불러왔다는 게 농민들 주장이다. 사료용으로 정해서 수입하는 일본과 달리 밥쌀용 그리고 가공용으로 수입해 유통하다 보니 문제가 커진다는 지적이다. 농민들은 9월까지 각 지역에서 논 갈아엎기 투쟁을 마친 뒤 10월에는 전남도청 앞 농민대회를 거쳐 11월에는 2차 전국 ‘쌀값보장 농민대회’를 서울에서 개최할 계획이다.

  정부 관계자는 “현재 가격이 내려가는 것은 2023년산인데 농업인들은 2024년산 가격도 낮을까 봐 우려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송미령)는 이에 대응해 쌀 수확기 대책을 예년보다 이른 9월 달 초에 발표하기로 했다. 밥쌀 과잉 공급을 막기 위해 수확기 전에 밥쌀이 아닌 주정, 사료 등 용도의 쌀을 ‘완충 물량’으로 미리 지정하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농식품부는 이를 통해 밥쌀용 쌀이 과잉 공급되는 것을 미리 막을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규모는 통계청의 올해 쌀 생산 규모 조사결과와 농촌진흥청이 진행하는 생육상황 조사결과를 보고 결정할 방침이다.

  농식품부는 현재 가격이 내려가는 지난해 생산 쌀 가운데 5만 톤을 정부가 사들이고 있으며, 농협중앙회를 중심으로 10만 톤 규모의 쌀 소비 계획도 추진하고 있다. 농협중앙회는 단위 조합에서 보유한 쌀 재고 5만 톤을 사들여 가공용과 주정용으로 공급하기 위해 조합별로 물량 배정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