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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쿠아포닉스 농법에서 우리 농업의 미래를 찾다!

충남 태안군 ‘서유채’

  충남 태안군 농업회사법인 세움의 ‘서유채’ 농장(대표 홍민정, 35)은 스마트팜에서 물고기와 채소를 함께 키우는 아쿠아포닉스 농법을 통해 유럽샐러드 및 특수채소를 재배하면서 체험도 진행하고 있다. 화학비료 없이 키워 저탄소 친환경을 실현했고, 물 사용량도 획기적으로 줄여 ‘탄소중립’ 시대에 관심이 커지는 곳이다. 특히 스마트팜 및 아쿠아포닉스 재배기술 개발과 표준화에 힘써 국내 확산에 이바지하면서 우리 농업의 밝은 미래를 엿볼 수 있다.

 

  자수성가로 한국형 아쿠아포닉스 농법 구현

  홍민정 대표는 2014년에 귀농해 2016년에 ‘서유채’ 농장을 설립했다. 특이하게도 부모님이 농업을 하지도 않았고, 지역에 아무런 연고도 없는 자수성가형 청년농업인이다. 본래 귀농 전부터 먹고 사는 문제에 관심이 컸던 터라 농업에 꿈을 두었고, 부모님 지인 소개로 ‘아쿠아포닉스’를 배우게 되면서 농부로서 변신하게 됐다.

  아쿠아포닉스(Aquaponics)는 Aquaculture(양식)와 Hydroponics(수경재배)를 조합한 단어로, 물고기를 이용해 화학비료 없이 채소를 재배하는 기술이다. 쉽게 말해 물고기 배변에서 나온 암모니아 독소를 박테리아를 투입해 질산염으로 바꿔 식물이 영양분으로 흡수하게 하고, 그렇게 정화된 물을 다시 물고기에게 되돌려 물고기도 키우는 농수산 융·복합 순환농법이다. 이땐 화학비료가 필요 없어 탄소를 배출하지 않고, 물을 절약할 수 있으며, 폐수가 발생하지 않아 환경오염도 없으며, 농약이나 항생제 등을 투입하지 않아 소비자에게 건강한 먹거리를 제공할 수 있다. 아쿠아포닉스 핵심은 수질 관리이며, 채소와 물고기를 키워내는 기술 확보, 물고기 배변을 식물이 흡수할 영양분으로 바꾸는 미생물 관리도 중요하다.

  “당시 국내엔 아쿠아포닉스 농장이 없었어요. 부모님 지인 소개로 미국 L.A. 농장에서 시스템을 배웠죠. 다만 그쪽 환경이 우리와 달라서 한국형 아쿠아포닉스 농법이 필요했죠.”

  아쿠아포닉스는 여러 방식이 있는데, ‘서유채’에선 담액식 수경재배(Deep Water Culture, DWC) 방식을 도입했다. 10년간 다양한 방식을 모두 시도해보면서 내린 결정이다. 물에 뜨는 뗏목 형식의 베드에 식물을 심는데, 밑으로 나온 뿌리에서 수로를 통해 흐르는 물에 포함된 영양분을 흡수하게 된다.

  2년여 연구와 개발 끝에 지은 300평 농장에선 고추, 방울토마토, 허브 등을 아쿠아포닉스 농법으로 생산에 성공했다. 현재는 판로 문제로 엽채류 생산에 주력하고 있다. 유럽 샐러드 품종으로 송이째 수확하는데, 생산품은 호텔, 레스토랑, 직거래 등으로 출하하고 있다. 수조에선 향어, 비단잉어, 붕어, 동자개(빠가사리), 메기, 철갑상어 등의 물고기를 키우고 있다.

  “한국형 아쿠아포닉스에 성공한 뒤로 국내 여러 농가에 설치를 도왔어요. 그중에서 인근에 자리한 농장에서 키운 엽채류를 함께 원하는 곳에 함께 납품하고 있죠.”

 

  특허 내는 농업인… 충남 대표 명소에도 도전

  여러 연구과 개발, 특허도 홍 대표의 자랑거리다. 특허로는 ▲아쿠아포닉스 채소 베드 내에서 암모니아를 처리하면서 여과장치를 없앤 기술 ▲생산량이 증가하는 기술 ▲수냉식 냉난방을 같이할 수 있는 기술 등이 있다. 당뇨병 환자를 위해선 일반 채소보다 칼륨이 70% 정도 낮으면서 식이섬유는 두 배 많은 기능성 채소도 개발했다.

  “특허 중에 아쿠아포닉스 내에서 생산량을 늘리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해요. 처음엔 밀식 재배를 하다가 식물이 급성장하는 시기에 맞춰서 재식 간격을 천천히 넓혀주면 병충해 발생률도 줄어들고, 수확할 때 무게도 많이 나가게 되는 원리죠.”

  홍 대표는 경험과 기술력을 확보한 뒤부턴 아쿠아포닉스 시장 확대를 위한 농업교육과 체험을 진행하며, 외부 컨설팅과 시설 공사도 겸하고 있다. 농장에선 눈높이에 맞춘 학생체험학습을 통해 아쿠아포닉스 체험용 어항을 보급하는 등 농업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외부에선 전국을 다니며 아쿠아포닉스 강의, 각 기관의 자문 등에 나서고 있다. 성공적인 한국형 아쿠아포닉스 개발로 최근엔 국내뿐만 아니라 사우디아라비아에서도 컨설팅을 진행했을 정도다.

  홍 대표는 앞으로 노후화한 시설 개선과 농장 확장 및 아쿠아포닉스 수직농장 도입까지 꿈꾸고 있다. 농장을 지을 때보다 높아진 기술력과 쌓인 경험을 바탕으로 미래를 대비한 시설 개선에 나설 예정이다. 더불어 최근엔 충청남도에서 진행한 ‘청년 스마트팜 지원사업’에 뽑혀 올해 농장 인근에 1,000평을 신축할 예정으로, 충남의 대표 명소로 자리매김해볼 각오다. 현재도 체험을 진행하여 연간 5,000명이 다녀가는데, 신축 후엔 더 많은 사람에게 우리 농업의 미래를 알릴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충남도 자체를 저탄소 농업의 중심이 되게끔 하는 데 이바지하고 싶죠. 그러려면 올바른 정책 방향 설정과 더불어 아쿠아포닉스 관련한 청년농업인 육성도 중요하다고 봐요. 작물을 이해하는 건 기본이고, 앞으로는 아쿠아포닉스와 스마트팜 등에서 직접 기술개발까지 가능한 인재를 양성해야만 경쟁력이 있을 것 같아요. 충청남도가 먼저 나서서 농업의 미래를 선도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