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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년 화훼 외길로 얻은 명인(名人)의 영광!

서울특별시 ‘동성농원’

  2023년 연말에 서울특별시 ‘동성농원’ 이동범(75) 대표는 ‘2023 대한민국 최고농업기술 명인’에 오르는 영광을 누렸다. 59년간 화훼산업에 몸담으며 이바지한 공로를 인정받아 화훼·특작 분야에서 수상할 수 있었다. 특히 ▲포트멈 국화 등 신품종 도입 ▲서초동 꽃마을에 3/4식 온실 시설 첫 도입 등을 통해 화훼산업 선진화에 앞장섰으며, 한국화훼유통연합회를 창립해 분화(난, 관엽식물, 한국춘란) 경매 제도를 최초로 도입한 점 등에서 화훼산업 발전에 크게 이바지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선구자로 보낸 59년 화훼 인생, 명인으로 인정받아

  해마다 농업·농촌 발전에 이바지한 최고 수준의 농업 기술자를 선정하는 ‘대한민국 최고농업기술 명인’ 시상식이 2023년 12월 7일 서울특별시에 aT센터에서 개최됐다. 식량, 채소, 과수, 화훼·특작, 축산 부문에서 해마다 1명씩을 뽑는 농업인 최고 영광의 자리다. 2023년 화훼·특작 분야 명인으로는 서울특별시 ‘동성농원’ 이동범 대표가 뽑혔다. 59년간 화훼산업 외길을 걸어오면서 쌓은 숱한 공로가 빛을 발한 순간이었다.

  명인 선정에는 선구자이자 리더로서 자질도 한몫했다. 이 대표는 양재꽃시장 개장과 동시에 한국화훼유통연합회를 조직하고 초대회장과 5대 회장을 역임하면서 분화 경매 제도릃 최초로 도입하여 유통 현대화, 선진화에 이바지하였다. 이후 연합회가 협동조합으로 바뀌면서 한국화훼유통연합협동조합을 설립하고 초대 이사장도 역임하면서 함께 잘사는 화훼산업에 노력하였다.

  “농촌진흥청 명인 선정은 한평생을 꽃과 함께 해오면서 가장 기쁘고 영광스러운 순간 중 하나로 꼽을 수 있어요. ‘꽃이 세상을 바꾼다.’, ‘꽃이 곧 인간이다.’라는 신념으로 화훼산업 발전에 힘썼죠. 남은 일생에는 제 평생을 쌓아온 경험과 경륜을 사회에 환원하면서 화훼산업이 활짝 피어나도록 힘을 보탤 겁니다.”

  이 대표는 이번 명인 선정에서 51% 공로는 아내 신종숙(71) 씨에게로 돌렸다. 아내 역시 이 대표와 결혼 후 48년간 옆자리를 지키면서 묵묵히 일을 도왔기 때문이다. 최근엔 아들 이재하(42) 씨까지 농원 일을 8년째 도우면서 2대째 가업을 잇고 있어 이 대표를 흐뭇하게 만들고 있다.

 

  신품종 및 3/4식 온실 평지에 도입 등으로 화훼산업 이끌어

  찬란하게 빛나는 명인의 자리에 오르기까진 쉽지 않았다. 이른바 ‘흙수저’로 태어난 이 대표는 중학교 졸업 후 서울로 올라와 친척의 소개로 1965년부터 고려대학교 온실에서 연구보조원으로 생활했다. 그곳에서 먹고 자면서 밤낮으로 온실을 관리하며 당시 대학생들이 배우던 화훼 신기술을 고스란히 습득하면서 자양분 삼았다. 덕분에 삽목, 정식, 발근제 등 약품 처리 등에서 관행 농부들과는 차원이 다른 수준으로 발전할 수 있었다.

  “온실 연구보조원을 하면서 당시 엘리트 대학생들이 배우던 내용을 꽤 빠르게 흡수할 수 있었어요. 밤낮으로 식물을 관리해야 했으니 실기 면에선 엄청난 경험을 쌓은 거죠(웃음).”

  이후 1969년 18세 어린 나이에 서초동 꽃마을에 입성하여 아버지 재산 목록 1호이던 소를 팔아 번 돈으로 ‘동성농원’을 개원하였다. 학구에 대한 열망도 가득하여 낮에는 농원 일을, 밤에는 공부하면서 고졸 검정고시 후 한국방송통신대학 농학과에 입학하여 제1회 학사 졸업 후 고려대학교 생명과학대학원에서 농학 석사학위를 취득하였다. 서울로 상경해 온실 연구보조원을 하던 소년이 이뤄낸 꿈 같은 순간이었고, 성실함과 끈기가 빚어낸 결과물이었다.

  이 대표는 지금까지 여정을 되돌아보면서 결정적인 몇 가지 순간을 꼽았다. 첫째는 신품종 보급이다. 포트멈, 시클라멘, 세인트폴리아, 포인세티아, 고무나무 등을 도입했는데, 특히 포트멈(pot-mum) 국화를 국내시장에 적극적으로 도입하면서 변화를 가져왔다. 당시만 해도 국화는 하얀색과 노란색이 전부였는데, 포트멈은 다양한 색상으로 국내 소비자들에게 사랑받았다.

  서초동 꽃마을에 3/4식 온실 시설을 처음으로 도입해 보급한 것도 이 대표다. 3/4식 온실은 지붕의 길이가 남쪽 면이 3, 북쪽 면이 1의 비율이 되도록 만든 구조다. 겨울에 보온은 잘 되지만, 충분한 환기가 불가능했는데, 이 대표는 이를 서초동 꽃마을 평지에 개량해 도입하였다. 이로써 겨울철 보온과 더불어 여름에도 통풍이 잘되는 시설을 확보할 수 있었다.

  이외에도 ▲분화 경매 제도를 최초로 도입 ▲인공용토 개념도입 및 제조 실용화 ▲비닐 포트 개발도입으로 초화류 대량생산 계기 마련 ▲보온솜 개발보급 ▲칸나 대량증식 성공 등 혁신적인 화훼 기술개발 및 보급에 앞장서면서 국내 화훼산업 발전에 이바지해왔다. 이 대표는 앞으로 꽃과 식물을 새로운 소비문화로 바라보는 인식전환에 힘쓰고자 한다.

  “침체한 화훼산업이 다시금 부흥하려면 꽃과 식물을 일상에서 주고받는 문화가 형성되어야 해요. 그러려면 ‘김영란법’ 개정 등 정부 역할도 필요하죠. 우리 화훼가 국민에 기쁨과 위안을 주는 역할을 하는 사회가 되어 농가와 국민이 모두 즐거운 새해가 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