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배는 국산 과일 중 가장 많이 수출되는 효자 품목이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배 수출액은 2012년 4,981만 달러(약 682억 원)에서 2022년 7,435만 달러(약 1,018억 원)로 10년 새 50% 가까이 성장했다. 주요 수출국은 대만과 미국이다.
우리나라에서 재배하는 배는 대부분 동양배다. 미국과 유럽 등 서구권에선 서양배를 주로 재배한다. 동양배가 동글동글하다면 서양배는 표주박 모양에 가깝다. 껍질 색도 달라서 동양배는 껍질이 갈색, 서양배는 녹색이 많다. 동양배는 성숙하면 바로 먹어도 아삭하고 단맛이 강하다. 반대로 서양배는 수확 후 익히는(후숙) 과정을 거쳐야만 육질이 부드러워지고 단맛과 향이 향상한다. 서양배는 검역상의 문제로 국내에는 수입되지 않아 쉽게 맛보기 어렵다.
배는 풍부한 식이섬유, 비타민 C와 무기질, 항산화 물질이 풍부해 남녀노소 누구나 즐기는 우리나라의 대표 과일이다. 특히 기관지와 폐를 보호하고, 면역력을 강화하는 효능이 탁월해 환절기 보약이 따로 없다. 100g당 51kcal로 열량이 낮아 체중 조절에도 좋다. 「본초강목(本草綱目)」, 「동의보감(東醫寶鑑)」 등 한의서에 기록된 배 효능에 따르면 해열작용, 기관지 장애 개선, 숙취 제거, 비만 해소, 발암물질 배출, 동맥경화·자궁경부암 예방, 미백 등의 효과가 있다.
배는 기관지 건강에 특효약과 같다. 배즙은 기침을
완화하고, 목의 통증을 줄이며, 가래를 제거하는 데 효과가 있다. 특히 도라지와 함께 끓여 먹는 배즙은 한방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다. 국가암정보센터 자료에 따르면 배의 쿼세틴 성분은 대기오염, 미세먼지 등 오염물질로부터 폐를 보호하는 작용이 있어 기관지암의 예방 및 성장을 억제한다.
배의 식이섬유는 장 안에 머무르는 기간이 길어 변의 배출이나 발암물질 등의 배출에 탁월하다. 특히 발암성 물질인 다환성방향족탄화수소류의 배출을 촉진하는 효과가 있다. 탄 고기를 먹은 후 배를 먹으면 몸속 발암물질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높은 식이섬유 함량은 장 운동을 촉진하고 변비 예방에도 좋다. 섬유질이 풍부해 소화를 돕고, 위장 기능을 개선하며, 특히 배즙은 소화 불량이나 속이 더부룩할 때 도움이 된다. 이러한 기능 성분은 과육보다 껍질에 많게는 4배가량 더 많으므로 껍질째 먹는 것이 좋다. 실제로 외국에선 배를 포함한 대부분 과일을 껍질째 먹는다.
왼쪽부터 국내육성품종 배 ▲‘신화’ ▲‘슈퍼골드’
농촌진흥청은 다양한 우리 배 품종을 육성하면서 다채로운 특징과 맛으로 소비자들을 사로잡고 있다. ‘신화’, ‘창조’, ‘화산’, ‘만풍’ 등 갈색 배와 ‘슈퍼골드’, ‘설원’, ‘그린시스’ 등 초록색 배까지 현재 생식용 품종 40종이 개발됐다. ‘신화’는 일본 품종인 ‘신고’보다 당도가 1.5브릭스 높고 익는 시기가 약 2주 이상 빠르며 병에 잘 견딘다. 녹황색 배 중 가장 맛이 좋다는 의미로 이름 붙인 ‘슈퍼골드’는 평균 무게 570g 정도에 과즙이 많고 새콤달콤(당도 13.6°Bx)하며 맛이 청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