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제주·전남·경남 등 남부지방에서 벌마늘(2차생장: 여러 쪽으로 갈라져 상품 가치가 낮아짐) 피해가 늘면서 전국 마늘 생산량이 평년 대비 6~7%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벌마늘 피해 면적은 약 2,000㏊로 전체 마늘 재배면적의 11.7% 수준이다. 통상 마늘 한 대의 경우 6~7쪽의 마늘이 자라지만, 벌마늘은 줄기가 2차 생장을 하면서 마늘쪽 개수가 2배 이상 많아져 상품성이 떨어지게 된다.
5월 20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올해 마늘 생산량을 30만5,000톤 안팎으로 전망했다. 지난해보다 2~3%, 평년보다 6~7% 감소한 수준이다. 급격한 기온 변화, 일조시간 부족, 많은 강우 등으로 남도마늘 주산지인 제주, 고흥, 남해 등을 중심으로 벌마늘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제주는 농업관측센터 실측 결과 무름병과 벌마늘 발생이 지난해보다 늘어 생육지표가 지난해보다 낮았다. 도내 마늘 농가를 대상으로 벌마늘 피해 현황을 조사한 결과, 절반이 넘는 57.8%의 농가가 피해를 본 것으로 집계됐다. 평년보다 10배 이상 높은 수치다.
이 가운데 5월 20일 제주 대정농협 농산물산지유통센터에선 농협 수매가 시작됐다. 수매가는 ㎏당 상품 3,800원, 중품 3,100원, 하품 2,400원이었으나, 벌마늘 피해로 상품 마늘은 40%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벌마늘은 정부가 정한 kg당 1,920원보다 480원 높은 2,400원으로 책정했다. 수매한 벌마늘은 가격 안정을 위해 8월까지 시장에 내놓지 않을 계획이지만, 계약하지 않은 농가 벌마늘을 일반 상인들이 사가서 시중에 유통하면 햇마늘 가격 하락의 요인이 될 수 있어 문제다. 제주에선 농협과 계약을 맺지 않은 마늘 농가 비율이 54%나 되어 벌마늘 시장 가격은 앞으로 kg당 1,000원을 밑돌 전망이다.
올해 전국 마늘 재배면적은 2만3,592㏊로 작년과 평년보다 각각 4% 감소했다. 예상 단위 생산량은 작년보다 2% 늘고, 평년보다는 3%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다. 농식품부는 마늘 생산량이 감소할 전망이지만, 소비도 줄면서 수급 상황은 안정적으로 내다봤다. 소비 감소 등으로 2023년산 마늘 재고량이 지난해보다 1만4,000톤(9.3%) 많아 수급은 안정적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벌마늘 피해를 농업재해로 인정하고, 제주·전남·경남 등 지방자치단체 피해조사를 신속히 진행해 6월까지 복구계획을 수립할 계획이다. 농작물 피해가 커 수확하지 못할 때 새로운 농작물 생산을 위한 파종 비용인 대파대(㏊당 1,054만 원), 병충해 방제 비용인 농약대(㏊당 249만 원), 생계비(농가당 104만 원)를 지원할 계획이다. 피해가 큰 농가엔 농업정책자금 대출금 상환 연기와 이자 감면(최대 2년)도 추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