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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와 집사에 건강한 자연을 선사하는 캣닢 농사!

경기 안성시 ‘농업회사법인 꼼냥㈜’

월간새농사 윤호중 기자 |

  반려동물 시장은 해마다 성장하고 있다. ‘농업회사법인 꼼냥㈜’ 문현진(36) 대표는 국내 농업계에서 고양이용 캣닢(catnip, 개박하) 생산과 가공품 출시로 주목받는 청년농부다. 부모님을 따라 귀농해 엽채류를 키우던 중 길고양이와 운명적 만남 뒤로 인생이 바뀌었다. 밥을 챙겨주던 사이에서 이젠 십여 마리 고양이를 모시는 집사가 됐다. 국내에선 생소하기만 한 캣닢 농사도 친환경 방식으로 직접 지으며, 고양이와 집사들 모두가 만족할만한 기술 경쟁력과 역량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고양이 사랑으로 시작한 캣닢 농사… 누적 매출 5억 원 달성

  고양이가 엄청나게 좋아한다고 알려진 캣닢은 허브의 일종인 개박하다. 삼각 형태의 잎에 가장자리가 톱니 모양으로, 이 잎을 고양이가 너무 좋아해서 ‘고양이 마약’으로 불리고 있다. 그 이유는 캣닢 여러 성분 중 네페탈락톤(Nepetalacton) 때문이다. 신경안정제와 같은 역할을 해서 고양이 스트레스를 줄여 편안한 상태로 만든다고 알려졌다. 캣닢은 고양이가 보통 향기를 맡거나 몸을 비비는데, 때론 먹기도 한다.

  문현진 대표는 먼저 귀농한 부모님을 따라 나중에 귀농했다. 시설하우스 엽채류 농사를 짓던 부모님을 주말마다 돕던 중 농사가 적성에 맞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던 중 시골의 길고양이들을 만났고, 밥을 챙겨주며 인연을 맺었다. 십여 마리에 이르게 된 고양이들을 위해 자연스레 캣닢도 접하게 됐다. 그러나 시중엔 출처마저 확실치 않은 저가의 품질 낮은 중국산이 대다수였다. 고양이들이 물고 빠는 작물인데, 이래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문 대표는 고양이들 건강을 위해 2018년부터 캣닢을 직접 재배하기 시작했다.

  “종묘상을 수소문해 캣닢 종자 1kg을 30만 원 주고 샀어요. 재배법을 배울 데가 아무 곳도 없어서 소면적으로 방식을 달리하면서 최적의 방식을 찾기 시작했죠. 정말 다양한 방식을 시도한 끝에 다행스럽게도 저만의 재배법을 익히게 됐죠.”

  지금은 농업회사법인 ‘꼼냥’을 세우고, 제품 브랜드 ‘고로롱’을 만들었다. 캣닢은 생으로 판매하며, 다양한 가공제품도 만드는데, ▲고양이 화장실용 모래 ▲고체방향제 ▲쿠션 ▲탈취 파우더 ▲스프레이 ▲티백 등이다.

  농업계 블루오션을 당당히 개척한 결과는 값진 보상으로 돌아오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주최 2019년 ‘농식품 파란창업 아이디어 공모전’에선 대상을, 농촌진흥청 주최 2021년 ‘청년 농산업 아이디어 경진’에선 우수상을 받았다. 고양이에게 좋은 것만 주고픈 집사의 진심이 소비자들에게 통하면서 누적 매출 5억 원도 달성했다.

 

캣닢 재배 경험 공유하고, 지역사회와 상생에도 노력

  캣닢은 친환경 방식으로 연중 평균 400평 정도 재배하는데, 시설하우스에서 토경으로 키워낸다. 발아율은 상당히 낮아 50% 수준이다. 자가채종 방식이라서 씨앗 파종부터 모종까지 키우는 데 45일, 재배에 45일 등 평균 3달 정도 시간이 지나야 수확할 수 있다. 수확은 대략 6개월 정도 이뤄지며, 수확 시 잎을 베어내면 다년생식물이라서 시간이 흐르면 잎이 또다시 자란다.

  “고양이들이 먹기도 하기에 화학비료나 제초제 등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키워요. 밑거름은 계분을 사용하는데, 생육 중에 추비 공급도 하지 않고 있죠. 물도 정식할 때 1번, 이후 수확 전에 1번, 수확 끝난 뒤 1번만 주면 돼요. 잎 자체에 방충 효과가 있어서 병충해에도 강한 편이라 재배법을 제대로 익혀만 두면 다른 작물보다 비교적 키우기 수월하죠. 그래도 이렇게 경험치를 쌓기까진 맨땅에 헤딩하는 식으로 고생 좀 했어요(웃음).”

  지금껏 쌓은 경험치를 공유하는 일도 시작했다. 지난해부턴 후배 캣닢 농부 양성에도 앞장서고 있기 때문이다. 농진청 주도로 ‘선도농가 기술이전 모델화 사업’에 뽑혀 안성지역 내 캣닢에 관심 있는 4명의 청년농업인들에 재배기술을 알리고 있다.

  지역사회 일자리 창출에도 나섰다. 캣닢 쿠션 만드는 일을 다년간 봉제 경력이 있는 안성시 시니어클럽 어르신들에 맡겼기 때문이다. 문 대표가 생산한 고품질 캣닢을 노련한 일꾼들이 질 좋은 쿠션 제품으로 만들면서 서로 돕고 사는 구조를 이루었다.

  문 대표는 앞으로 캣닢 대중화에 이바지하면서 관련 제품을 다양화할 계획이다. 해충 방제용품 개발 등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으며, 캣닢의 피임 성분을 활용한 길고양이용 사료 제품 개발도 꿈꾸고 있다. 다만 캣닢은 국내 생산량이 워낙 적어서 관련 법규가 거의 없다시피 한 상황이므로 법제화 과정 역시 동반해야 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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