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여덟에 들어선 농업 외길, 청년 농부의 꽃 피는 도전기!

  • 등록 2025.05.01 12:4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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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부여군 ‘꽃뜨래’

 충남 부여군 장암면의 한 들판. 따사한 햇살 아래 국화와 프리지어가 한들한들 핀 ‘꽃뜨래 농장’이 있다. 농장의 주인은 올해 31세의 청년 농업인 강병돈(31) 대표. 18세에 첫 고추 농사를 시작한 이후 십수 년간 흙과 꽃 속에서 자신의 길을 개척해왔다. 그의 이야기는 단순한 도전기를 넘어 농업이라는 분야 속에서 청년이 어떻게 자리 잡는지를 보여준다. 이곳은 아름다운 꽃과 함께 청춘의 향기로운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곳이다.

 

농사는 안 할 거라던 열여덟 소년의 반전 인생

 

 고등학생 시절 강병돈 대표는 경찰이나 경호원이 되고 싶었다. 농사로 평생 고생하던 아버지를 보며 농사일에 회의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운명의 장난처럼 고등학교 적성 검사에서 1순위로 ‘농업’이 제시되었을 때 인생의 커다란 전환점을 맞았다.

 

 “정말 농부가 내 적성인가 하는 호기심이 생겼죠. 고등학교 앞 300평을 임대해 친구들 8명이랑 고추 농사를 지었어요. 방앗간에 맡겨 가루로 만들어 축제에 나가서 팔면서 재밌다고 느꼈죠(웃음).”

 

 호기심은 이내 사그라들고, 고등학교 졸업 후 대기업에 취업했다. 평범하게 살아갔지만, 군 입대를 앞두고 잠시 도와주게 된 어머니의 프리지어 농장 일이 다시금 농업으로 이끌었다.

 

 “꽃을 키우는데 한순간에 피고 지는 게 신기하더라고요. 그 매력에 빠져들었고, 일해서 모은 돈으로 본격적인 화훼 농사에 뛰어들었죠. 초창기엔 수많은 농업 서적을 보면서 여러 실험적인 도전을 이어갔어요.”

 

 

 그렇게 1,500평으로 시작해 지금은 4,500평 규모의 전문 화훼 농장을 운영 중이다. 국화를 비롯해 프리지어, 작약, 백합, 스톡크 등 16개 품목, 100여 가지의 품종을 재배한다. 일본 수출 및 신품종 보급 농가로도 활동 중이며, 연간 국화 110만 단, 프리지어 15만 단을 생산하며, 약 3억 원 넘는 매출을 올리고 있다. 1월부터 6월이 가장 바쁠 때인데, 청춘 농부로서 꽃 시장에서 새로운 흐름을 선보이는 중이다.

 

 “개인적으로는 단색에 상향형 홀꽃을 좋아해요. 재배하기 쉽고, 포장도 수월하거든요(웃음). 국화는 대부분 품종을 재배하고, 다른 꽃들은 경매에서 인기 있는 것을 추려서 농장에 심고 있죠.”

 

토양관리와 소포장으로 고품질과 안정판매 모두 성취

 

 김 대표는 소비자들이 부담 없이 꽃을 살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꽃 국내유통은 가족 들이 운영하는 자체 유통망을 통하면서 유통과정을 줄여 가격은 낮추고, 고품질을 유지하 는 데 주력한다. 특히 싼 가격의 ‘슬리브 소포장’ 전략을 ‘코로나19’ 때부터 도입해 소비자 접근성도 획기적으로 높였다. 농라에프’, ‘아이디어스’ 등 온라인을 통해서도 꽃을 판매하고 있다.

 

 “  ‘슬리브’ 포장재는 공기가 통하는 투명한 재질이에요. 이걸 이용해서 다른 곳처럼 비싼 가격에 한 다발을 판매하지 않고, 2,900~3,900원에 반 다발 개념으로 포장해서 팔아요. 예쁜 꽃을 누구나 쉽게 살 수 있도록 하자는 게 제 철학이에요.”

 

 농장의 또 하나의 강점은 철저한 토양관리다. 그는 연작 피해를 막기 위해 태양열, 볏짚, 훈증 등 소독 방식을 병행하고 있다. 해마다 6월 이후 여름 3개월간 땅이 휴식할 수 있게 했다. 또한, 프리지어와 백합 등 구근식물이 선충에 취약한 것을 막기 위해 GCM(젤라틴 키틴 분해 미생물)을 이용한 토양 친환경 농법도 실천하는 중이다. 해충을 먹는 미생물을 직접 배양해 7일마다 살포하여 선충 피해를 줄이고 있다. 벌레 알과 유충을 먹는 친환경적 방식으로, 토양 건강과 작물 품질 모두를 지키고 있다.

 

 “농약도 쓰지만, 되도록 자연을 활용하려 해요. 남들은 한 작물만 재배하니까 땅이 쉴 수 있는데, 저희는 땅을 20일 이상 비우는 일이 없어서 소독이 필수예요.”

 

 그는 화훼농업에서 확고한 사명감으로 외길을 택했다. 현재 한국농수산대학교 화훼학과 4학년으로, 새로운 품목 ‘오니소갈룸(베들레헴 꽃)’ 재배도 준비 중이다. 그는 끊임없이 배 우고, 실험하고, 도전하면서 뚝심 있게 성장하고 있다.

 

 “처음엔 농사 안 하겠다던 제가, 지금은 다른 직업은 꿈도 못 꿀 정도로 꽃에 빠졌어요. 전 꽃이랑 살아야 해요(웃음).”

 

 ‘꽃뜨래’ 농장은 앞으로도 다양한 꽃을 재배하면서 한 걸음씩 나아갈 계획이다. 열여덟에 흙을 만진 그는, 오늘도 땅과 대화를 나누며 다음 계절을 준비하고 있다.

윤호중 기자 saenong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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