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 한 줌과 흙 내음으로 마음을 치유하는 회복의 시간!

  • 등록 2025.05.01 12:3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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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양평군 ‘천연쟁이 꽃뜰’

 “그저 흙을 만지고, 식물과 함께 숨 쉬며 하루를 보내요. 그게 우리가 줄 수 있는 최고의 치유 아닐까요?” 경기도 양평의 한적한 시골 마을 산자락 아래 고요히 자리한 ‘천연쟁이 꽃뜰’ 농장은 중증장애인과 발달장애인 그리고 마음이 지친 사람들을 위한 치유의 정원이다. 이곳에서는 자연히 곧 휴식이고, 씨앗 하나가 삶을 회복하는 시작점이다. 천천히 마음을 돌보는 과정을 통해 따뜻한 삶을 꽃피울 수 있다.

 

무거운 책임감으로 섬세하게 설계한 감동의 시간

 

 정성희 대표(54)는 이곳을 단순한 일터가 아닌 자신을 회복시킨 공간이라 말한다. 2011년, 도시 생활에 지쳐 내려온 그녀는 버려졌던 땅을 샀다. 현재 그 땅은 따뜻한 꽃과 허브, 온기를 품은 동식물들로 채워졌다. 무엇보다 ‘따뜻한 정’을 품는 곳이 되었다.

 

 “제가 아파서 요양할 겸 이곳으로 왔어요. 그래서 아픈 분들의 마음이 보이더라고요.”

 

 치유농업이란 개념조차 낯설던 시절, 그녀는 직접 건국대학교에 진학해 원예치료 석사 과정을 밟았다. 그리고 마침내 ‘양평 치유농업 육성 지원사업 1호 농장’ 타이틀을 얻었다. 600평 공간엔 그녀가 직접 겪으며 치유했던 ‘오늘의 자연’이 있다. 방문객은 텃밭, 정원 등에서 동물을 바라보고 어루만지며, 새싹을 심고, 수확물을 딴다. 그 모든 과정이 ‘치유’ 그 자체다.

 

 “여긴 체험만 하고 가는 곳이 아니라 진짜 농업 기반 치유농장이에요. 무언갈 심고, 물 주고, 동물들에게 먹이도 주다 보면 마음이 편안해지죠.”

 

 이곳의 주요 대상자는 발달장애 및 정신장애 등 중증에 가까운 이들이다. 인근 장애인복지관과 연계해 농장을 운영하는데, 김 대표의 일상은 모두 이들을 배려해 돌아간다. 휠체어 진입이 가능한 턱이 없는 길, 높임 화단, 장애인 배려 화장실까지 모든 것을 ‘장애가 있는 이들의 시선’에서 설계했다. 덕분에 휠체어와 보조기 모두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

 

 

 프로그램 역시 대상자의 상태에 맞춰 유연하게 운영된다. 하루 일정은 약 2시간, 시작은 소박한 이야기 나눔과 함께한다. 오늘은 기분이 어떤지, 이 꽃 냄새는 좋은지 물으면서 그런 따뜻한 대화로 마음의 문을 열고 있다.

 

 “프로그램 진행 후엔 개인별 자유 시간을 제공하는데, 의욕이 없는 날은 그냥 앉아서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전 ‘치유의 여백’을 소중히 여겨요. 프로그램이 아니라 사람이 중심이 되어야 하죠.”

 

자연과 함께 만드는 잔잔한 기적 ‘치유농업’

 

 이곳의 치유농업 프로그램엔 그날그날 주어지는 자연의 선물인 살아있는 농업이 있다. 계절의 흐름에 따라 농사도 달라진다. 봄이면 감자를 심고, 여름엔 부추를 베어 부추전을 부친다. 완두콩 새싹을 보고 감탄하며, 직접 손으로 씨앗을 심는 그 시간을 통해 참여자들 은 자신감을 얻는다. 이곳에선 간단하게 산책하거나 개, 고양이, 닭 등 동물과 교감해도 되 고, 허브의 향을 맡으며 혼자만의 시간을 가져도 괜찮다. 딱딱한 프로그램 대신 각자 ‘하고싶은 만큼, 스스로’ 하는 것이 원칙이다.

 

 “처음 왔을 땐 약물에 지쳐 눈도 제대로 못 뜨던 분들이 지금은 웃으며 자기 일을 찾아서 하세요. 누구든지 오면 밭으로 가서 손수 흙을 만지고, 그날의 간식은 우리가 수확한 재료로 만들죠. 작고 단순한 활동들을 통해 일상을 지 탱하는 자신감을 얻는 셈이죠.”

 

 기억에 남는 한 참여자는 처음엔 의욕이 없 어서 말을 거의 하지 못하고, 강박으로 수도꼭 지만 확인하던 분이었다. 하지만 몇 달 뒤 그는 닭 모이를 챙기고, 물을 주며, 스스로 하루를 계획하게 됐다. 그 변화는 작지만, 분명한 기적 이었다.

 

 농업을 통해 삶을 회복하는 효과를 입증하면 서 ‘천연쟁이 꽃뜰’은 2024년 농촌진흥청 ‘생활 원예 치유농업 중앙경진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특히 발달장애인의 인지·신체 기능 향상과 정서적 안정을 목표로 하는 다양한 프로그램 운영과 지역사회 복지기관과의 협력 등을 인정받았다.

 

 “앞으로도 치유농업의 가치를 확산하고,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해보려고요. 우리 치유농업이 단 순한 복지 서비스가 아니라 인간답게 살기 위한 최소한의 버 팀목이 되었으면 하죠. 치유농장은 현재로썬 농지법 제약도 많고, 시설 요건도 까다로워요. 지속 가능한 운영을 위해선 참여자와 농장주 모두가 만족할 만한 정책적인 뒷받침이 꼭 필요하죠.”

 

 이곳은 자연이 품은 치유의 힘으로 몸과 마음이 지친 이들 을 다정하게 품어주는 농장형 치유공간이다. 이곳엔 무언가 를 성취하지 않아도 되는 여유가 있다. 그냥 존재하는 것만 으로도 충분한, ‘사람을 위한 농장’이다.

윤호중 기자 saenong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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