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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쌀로 만든 진짜배기 전통주

경기 가평군 ‘국도양조장’

월간새농사 윤호중 기자 |

 

가평 ‘국도양조장’ 정의현(37) 대표는 진짜배기 막걸리 연구개발에 청춘을 바치고 있다. 국립농업과학원 전통주 연구개발 부서에서 경험을 쌓은 뒤 양조장 문을 열었다. 전통 누룩을 사용하고, 감미료를 쓰지 않으며, 가평 쌀로 만드는 막걸리는 4번의 담금 작업을 거쳐 완성까지 2달 이상 걸릴 만큼 노력과 정성이 들어간다. 정 대표는 앞으로 가평의 대표적인 특산주로 거듭나 우리 전통주의 맛과 향을 제대로 알려보겠다는 각오를 드러냈다.

 

전통 누룩, 무감미료, 가평 쌀로 만든 진짜배기 막걸리

‘국도양조장’ 정의현(37) 대표는 우리 전통주에 푹 빠져 사는 인물이다. 대학생 때 우연한 기회에 가평 전통주연구개발원 이상균 원장이 만든 전통주를 맛보고 눈이 번쩍 뜨이는 경험을 한 게 인생을 바꿨다. 본인만의 전통주를 만들고자 결심한 그는 식품공학 석사 과정을 마쳤고,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전통주 연구개발 부서에서 8년간 일했다. 국립농업과학원 재직도 전통주 관련한 현장경험과 전문지식을 배우고자 들어갔다. 준비를 모두 마쳤다고 느낀 그는 2021년 8월에 어머니 고양인 가평에서 양조장을 열었다. 이름엔 누룩 국(麴), 벼 도(稻)를 사용해 양조장 특징을 드러냈다.

 

“저만의 전통주를 만들고 싶은 생각이 컸어요. 특히 과당이나 인공감미료 아스파탐을 사용해 단맛만 강한 시중 막걸리가 아니라 진짜배기에 도전하고 싶었죠. 독일의 맥주, 프랑스의 와인처럼 대한민국 막걸리가 세계화를 이루길 꿈꾸고 있어요.”

 

창업 당시 경기도농업기술원과 가평군농업기술센터가 추진한 ‘2021 농산물 가공창업 지원사업’에 뽑혀 양조 생산시설과 기자재(발효탱크 등) 구매 등을 지원받았다. 지역농산물 가평 쌀을 이용한 가양주(전통주) 생산을 통해 농가소득증대와 농촌사회 활력을 부여하는 데 이바지하고 있다.

 

정 대표가 말하는 진짜배기 전통주, ‘국도막걸리’는 시중 막걸리와 크게 3가지 차이점이 있다. 우선 발효제로 전통 누룩을 사용한다. 우리가 흔히 마시는 시중 막걸리는 일제 강점기에 도입된 일본식 개량 누룩 ‘입국’을 사용한다. ‘입국’과 달리 전통 누룩으로 양조하면 깊고 진한 맛과 빛깔 향기를 느낄 수 있다.

 

두 번째 차이점은 감미료를 넣지 않는 점이다. 시중 막걸리는 단맛을 극대화하기 위해 과당이나 인공감미료 아스파탐을 넣어서 달다는 느낌이 강하다. ‘국도막걸리’는 쌀과 물, 누룩만을 사용해 은은하면서도 자연스러운 맛과 향을 느낄 수 있다.

 

세 번째 차이점은 가평 쌀만을 사용해 수제로 양조한다는 점이다. 연간 가평 쌀 2~3t을 수매하는데, 막걸리로 환산하면 8,000ℓ 정도다. 막걸리 양조엔 고품질 쌀이 중요한데, 정 대표는 지난해부터 기존 ‘삼광’ 품종 대신 ‘설갱’ 품종을 계약재배하여 사용하고 있다. 수입 원료나 묵은 정부미를 사용하는 일반 양조장들보다 재료 단가가 높지만, 신선하면서 좋은 원료를 사용한다는 장점이 있다.

 

2달 이상 걸리는 시간과 4번 담금 속에 지키는 원칙

‘국도양조장’에선 전체 과정을 정의현 대표 홀로 수작업으로 진행하고 있다. 쌀로 고두밥을 만들어 전통 누룩과 물을 섞으면서 4차례 담금 작업이 이뤄져야 막걸리가 완성된다. 전통 누룩은 양조 시 품질을 균일하게 하기 힘들어서 담금 횟수를 늘리면서 균일하고 안정적인 품질을 지키고 있다. 이땐 유통기한도 3개월로 늘어나는 장점이 있다.

 

“시중 막걸리들은 제조 후 보통 5~7일이면 시판할 수 있는데, 유통기한이 짧은 데다 그 과정에서 계속 숙성이 이뤄지면서 맛이 날마다 달라져요. 전통 누룩을 사용한 저희 막걸리는 2~3달이 지나야만 완성품이 되지만, 완전히 숙성 후 유통되므로 맛이 균일하고, 유통기한도 늘어나 냉장에서 3개월 정도 보관할 수 있어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대신 다른 장점이 생기는 셈이죠.”

 

‘국도막걸리’는 11.5도, 9도, 6도로 도수를 나눠 생산하고 있다. 11.5도는 농익은 단맛의 찐한 막걸리로 얼음과 함께하면 더욱 좋다. 9도는 가장 많이 판매하는 상품으로 매끄러운 주질에 달고 진한 맛이다. 6도는 담백하고 온화한 맛으로 은은한 단맛이 부드럽다.

 

“직접 판매가 많다 보니까 바로바로 고객 반응을 살펴서 제품에 변화를 줬어요. 아무래도 단맛을 선호하는 경향이 많아서 최근에는 쌀을 기존보다 많이 사용해서 단맛을 늘렸죠. 예전엔 탄산 막걸리도 시도했지만, 예상보다 반응이 별로여서 단종하기도 했고요.”

 

‘국도막걸리’는 지역 내에서 인정받으며 차근차근 성장하고 있다. 봄과 가을마다 열리는 인근 자라섬 ‘꽃정원축제’ 직거래장터에 입점해 호평을 받았으며, 올 2월엔 가평군 ‘고향사랑기부제’ 답례품으로 추가되는 성과도 얻었다. 정 대표는 앞으로도 우리 쌀과 전통 누룩을 사용하는 방식을 굳게 지켜 가평의 대표적인 특산주로 거듭나겠다는 각오를 드러냈다. 쌀로 피워낸 전통주를 통해 우리의 맛과 향을 제대로 알려보겠다는 그의 발자취가 전국으로 뻗어가길 기대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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