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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탐방] 겨울 왕국에서 키우는 만감류 충북 제천시 양지농원

 

지난 2019년 11월 충북 제천시에서 만감류 재배에 성공해 수확을 시작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주인공은 ‘양지농원’ 박호영(64) 대표로 오랜 기간 딸기재배를 통해 얻은 경험을 녹여내었다. 올해는 수확 4년 차로 아들인 박수은(39) 씨도 농장일에 가세해 든든한 지원군이 되고 있다. 일교차가 큰 제천에서 생산하는 만감류는 당도가 높고, 식감이 우수한 특징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겨울 왕국’ 제천에서 아열대 과일로 농업에 승부수를 띄운 이들을 만나보자.(취재처 충북 제천시 고암동)

 

제주보다 출하 빠른 만감류로 경쟁력 확보


‘양지농원’ 박수은 씨는 아버지 박호영 대표와 함께 만감류 재배에 나선 청년농업인이다. 본래 서울에서 방송 쪽에 일하던 수은 씨는 2021년 귀농했다. 귀농 전에도 가끔 농장일을 도왔던 터라 농사는 익숙한 분야였다.


“회사 일을 하면서도 제 성격과 안 맞는 부분이 있었어요. 고민 끝에 퇴사를 결심하고 부모님께 말씀드렸는데, 귀농을 권유하시더라고요. 아버지 건강도 안 좋으셨던 데다 마침 일손도 부족해 고생하시는 부모님을 돕자는 생각에 내려오게 된거죠.”


농원에선 만감류와 딸기를 재배하여 판매하고 있다. 특산물인 ‘얼음딸기’야 워낙 유명하지만, 만감류 재배는 제천에선 최초로 재배를 시도했다. 예부터 겨울 추위가 혹독하여 ‘제베리아(제천+시베리아)’로 불리던 곳이었기 때문이다. 박호영 대표는 기후변화에 대응해 경쟁력을 높이려는 목적에 2018년 나무를 심었다. 과감하게 재배를 시작한 만감류는 올해로 5년 차로, 해마다 수확에 성공하면서 주위 관심도 늘어가고 있다. 만감류 재배는 충북뿐만 아니라 최근 강원도까지 북상해 기후변화를 실감케 하고 있다.


만감류란 감귤나무와 오렌지 품종을 교배한 것으로, 가을부터 수확을 시작하는 감귤과 달리 겨울부터 수확하는 작물이다. 감귤류 1개의 무게는 약 70~90g, 만감류는 약 200~250g으로 차이가 있다. 농원에선 총면적 1,000평 정도 시설하우스에서 조생 귤을 비롯해 만감류 ‘황금향’, ‘레드향’, ‘천혜향’을 재배하고 있다.

 

“수확 시기는 추석 즈음에 나오는 조생 귤부터 시작해 11월부터 ‘황금향’, ‘레드향‘을 출하하고, 12월 중순께면 ’천혜향‘이 나와요. 한 품목만 심으면 해거리가 생길 수 있다고 해서 여러 품목을 심었는데, 다행히 품목별로 수확 시기가 달라서 작업하기 좋죠.” 
농원에서 수확하는 만감류는 큰 일교차 덕분에 과일이 단단하면서 식감이 우수하고, 당도가 높다. 제주도보다 온도가 낮아 1~2달 정도 일찍 출하하여 로컬푸드 매장과 직거래로 판매하면서 단골을 늘리고 있다.


스스로 경험 쌓아 만감류 재배 성공하고 바나나도 시험 재배
농원에서 만감류 재배에서 손꼽은 애로사항은 재배 정보와 기술의 부족이었다. 아버지와 아들은 본인들 스스로 정보를 찾는 동시에 오랜 기간 딸기재배를 통해 얻은 재배 경험을 만감류에 접목하면서 이를 극복했다.

 

“초창기엔 유기질 퇴비를 언제 주느냐부터 시작해 깍지벌레 등 병해충까지 모든 게 아리송했죠. 특히 아버지가 고생을 많이 하셨는데, 이 근방에 물어볼 사람도 없었으니 스스로 해결책을 찾아야 하셨죠. 최근엔 경험이 많이 쌓이면서 문제들을 거의 극복했어요.”


농원에서 재배하는 만감류 나무는 2m 정도로 관리하고 있다. 겨울에 재배하다 보니 시설하우스에 수막과 열풍기, 보온커튼 등을 설치해 최저 2℃ 밑으로 내려가지 않게 한다. 가끔 영하로 내려갈 때도 나무들이 버티는 편이다.

 

만감류 중에선 ‘레드향’이 40% 정도로 가장 많다. ‘한라봉’과 온주밀감 ‘서지향’을 교배한 품종으로 완전히 익으면 껍질이 붉게 물들어 ‘레드향’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천혜향’은 ‘청견’과 ‘앙콜’을 교배하고 다시 ‘마코트’라는 품종과 교배해 만들어냈다. 타원형 모양의 얇은 껍질이 특징인데, 향이 너무 좋아 향기가 천리를 간다, 하늘이 내린 향기다 해서 ‘천혜향’으로 불리고 있다. ‘황금향’은 ‘한라봉’과 ‘천혜향’을 교배시켜 만든 품종이다. 과즙이 풍부하고 속껍질이 얇아 식감이 부드럽다. 5년 차에 접어든 만감류 나무는 갈수록 수확량이 늘고 있다. 올해는 나무당 30~40㎏ 이상 수확을 예상하고 있다.


“‘레드향’은 크기가 크고, 식감이 가장 아삭거리면서 당도도 매우 높아서 소비자가 가장 많이 찾아요. 저희 농원에서 가장 많이 재배하는 품종이죠. ‘천혜향’은 신맛이 적고, 당도가 매우 높으면서 향이 아주 좋아서 이것만 먹는 분들이 있어요. ‘황금향’은 당도는 ‘한라봉’보다 덜하고 까먹기 쉽지 않지만, 신맛이 적은 데다 특유의 향기가 있어서 단골이 있죠.”


농원에선 바나나도 시험 재배 중이다. 만감류 성공에서 자신감을 얻어 바나나 역시 충분히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앞으로는 만감류, 바나나 등 아열대 과수 체험농장을 꾸릴 계획이다. 성공한다면 겨울 추위가 혹독한 제천에서 이색체험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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